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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우리동네 착한 병원 선정
등록일 2014.06.12조회수 4,942
[우리동네 착한 병원]《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막연한 두려움을 부르곤 한다. 무서운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괜한 불안감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수술을 앞둔 환자의 보호자들 마음이 그렇다.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도 수술이 끝나지 않으면 ‘행여 잘못된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고 수술실에 들어가 볼 수도 없고…. 1분이 한 시간처럼 흐르는 이 긴 시간을 어떻게 견디면 좋을까. 》
웰튼병원과 서울나우병원은 환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고자 인공관절수술과 관절내시경수술을 실시간 생중계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5월 29일 웰튼병원 대기실에 모여 고관절수술 장면을 지켜보는 환자의 보호자들. 오른쪽 사진은 머리에 카메라를 부착한 서울나우병원 집도의가 수술하는 모습.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환자 보호자들의 걱정을 덜어주고자 용기 있는 선택을 한 병원들이 있다. 수술 장면을 10여 년간 생중계하고 있는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관절치료 웰튼병원과 경기 성남시 분당의 척추관절치료 서울나우병원. ‘치료는 믿음과 신뢰에서 시작된다’고 믿는 이들 병원은 환자는 물론이고 환자 보호자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고 있다.
○ 수술 장면 생중계…불안감↓ 신뢰감↑
“수술이 언제 시작되는지만 알아도 덜 불안합니다.”
5월 29일 오전 웰튼병원 지하 1층 수술실 건너편 환자대기실. 환자 황모 씨(44)의 여동생과 지인이 22인치 크기의 모니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기실 앞쪽에 있는 모니터에선 황 씨의 오른쪽 고관절수술 장면이 실시간 중계되고 있었다. 지인 심모 씨(52)는 “수술 중계 서비스가 없었다면 언제 시작하는 줄도 모르고 마냥 기다렸을 것”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술 중계는 수술 부위에 소독을 마치고 포를 씌운 뒤 칼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수술실 천장에 매달린 고화질 카메라를 통해 확대된 수술 부위 영상이 대기실 모니터로 전송된다. 무릎 연골판이나 전방십자인대를 관절내시경으로 수술하는 경우는 천장 카메라 대신 내시경 카메라가 포착한 영상이 그대로 전달된다.
웰튼병원은 송상호 원장이 집도하는 인공관절수술과 관절내시경수술을 빠짐없이 생중계한다. 관절내시경수술에 한해 환자가 원하면 녹화 CD도 받을 수 있다.
수술 장면 생중계가 의사 입장에선 부담스럽지 않을까. 송 원장은 “부담이 되지만 수술이 왜 오래 걸리는지 환자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환자들은 오히려 그 점을 신뢰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서울나우병원도 2005년부터 관절내시경수술과 인공관절수술 장면을 대기실 모니터로 실시간 생중계하고 있다. 중계 방식은 웰튼병원과 같지만 서울나우병원에서는 원장 외에 다른 의사가 집도하는 수술도 중계한다.
서울나우병원은 2012년부터 인공관절수술 장면을 환자 보호자의 스마트폰으로 연동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 환자 보호자가 스마트폰으로 수술 진행 과정을 실시간 확인하고 있다. 서울나우병원 제공
○ 의사와 환자 간의 오해 불식
이러한 서비스는 환자와 의사 간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예방해준다. 웰튼병원의 경우 인공관절수술을 받던 환자의 뼈가 너무 약해 금이 갔을 때도 수술 생중계 서비스 덕에 불필요한 오해를 막을 수 있었다.
송 원장은 “당시 예정에 없던 쇠판 연결 수술(금이 간 뼈를 붙이는 수술)을 추가하게 됐는데 대기실에서 화면을 모니터링하던 환자 보호자들이 굉장히 놀랐다”며 “간호사가 급히 나가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보호자들은 수술 시간이 길어졌음에도 덜 불안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술 생중계 서비스 10년째를 맞이한 송 원장은 “이제는 ‘으레 하는 일’이 됐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수술 생중계 장면은 보호자 환자 모두에게 공개된다. 이미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는 환자도 가끔 대기실에 들러서는 ‘내가 받은 수술이 저렇게 진행됐구나’ 하며 모니터를 바라본다.
물론 고관절수술처럼 쇠뭉치 연장 같은 수술 집기들이 살을 파고드는 모습은 지켜보기 쉽진 않다. ‘도저히 무서워서 못 보겠다’며 자리를 뜨는 보호자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수술 생중계 서비스에 큰 거부감이 없는 편. 수술이 한 시간 넘게 걸려도 자리 한 번 뜨지 않고 뚫어져라 모니터를 주시하곤 한다.
그러나 수술 실시간 생중계는 아무래도 병원 측에는 위험 부담이 따르는 서비스다. 수술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증거가 고스란히 남기 때문이다.
강형욱 서울나우병원장은 “실시간 수술 생중계는 대학병원 같은 대형병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서비스”라며 “쉽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아니지만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마음은 뿌듯하다”고 말했다.
▼선정위원 한마디▼
“의료사고 위험부담 감수… 가산점 혜택 필요”
착한병원 선정위원들은 수술 환자 보호자에게 실시간 수술 생중계 서비스를 제공한 웰튼병원과 서울나우병원에 높은 점수를 줬다. 대개 병원에서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 보호자를 위한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충분히 돋보였다는 평가다.
위원들은 “수술의 전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 장동민 위원은 “수술 생중계 서비스는 환자와 의사 간 신뢰회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런 서비스를 시행하는 병원에 정부가 병원 평가 시 가산점 같은 혜택을 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이 혹시 모를 의료사고 등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있다는 점 또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미국 듀크대 경영학석사(MBA) 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배지수 위원은 “마케팅의 근본 개념은 상품이나 서비스 가치를 고객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라며 “환자들이 수술 생중계 서비스에 만족스러워하는 만큼 웰튼병원과 서울나우병원은 마케팅의 기본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배 위원은 또 “최근엔 마케팅에서 진솔한, 그리고 공격적인 커뮤니케이션도 점점 강조되는 추세”라며 “수술 과정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 또한 자신감 넘치는 경영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위원들은 “모니터 또는 휴대전화로 수술 진행 상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면 대기실에서 무작정 초조하게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웰튼병원이나 서울나우병원처럼 수술 생중계 서비스를 시행하는 병원이 늘어나 환자 보호자의 불안감과 답답함을 덜어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40609/641035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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