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분 진료, 벌떡 응대, 환자 인생 스토리북…
착한병원 시리즈에서는 다양한 환자 친화적 서비스가 소개됐다. 첫 회에는 초진환자를 30분간 꼼꼼하게 진료하는 서울시북부병원의 사례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병원 외래를 찾은 환자의 평균 진료시간은 4.2분에 그쳤다. 보통의 다른 병원의 경우에도 진료시간이 5분 이내라는 점에서 서울시북부병원의 서비스는 이례적이었다.
울산 이손요양병원은 침대, 기저귀, 신체 구속도구 등을 없애 병실의 냄새 제거와 노인 환자들의 사고 예방으로 호평을 받았다. 서울 대항병원은 의료진이 평생 일대일 전담관리를 통해 대장암 환자를 돌봤다. 퇴원 뒤에도 환자들은 의료진과 신뢰 관계를 유지하며 건강을 챙길 수 있었다.
치과의원에서는 사랑니 발치를 꺼린다. 진료 수가가 낮고 발치 시 발생할 수 있는 신경마비 등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 사랑이아프니치과는 다른 의원들이 꺼리는 사랑니 발치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었다. 서울나우병원과 웰튼병원은 환자 대기실에 모니터를 설치해 수술 장면을 공개했다. 보호자들은 언제 수술이 시작하고 끝나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시리즈는 해외의 착한병원도 소개했다. 일본 규슈(九州)의 아리요시 병원은 실전보다 더 생생한 소방훈련을 통해 유사시 노인 환자들을 대피시키는 요양병원이었다.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고의 기억이 생생한 우리 의료계가 본받을 만한 착한병원이었다.
경기 포천시 모현센터의원은 삶과 이별을 준비하는 호스피스 병동 환자를 위해 병실마다 테라스를 만들었다. 이 테라스를 통해 환자들은 신선한 공기와 햇볕을 받고 심신을 달랠 수 있었다. 이 밖에 환자가 진료실이나 병실에 들어오면 의사와 간호사가 일어나 인사하는 ‘벌떡 응대’를 하는 대전 선병원,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과 사별한 가족들을 사후 관리하는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30분 진료와 예방 치료 개념을 도입한 서울 미소를만드는치과 등도 인상적이었다.
○ 착한병원이 더 늘어나려면…
환자들은 착한병원 시리즈에 대해 모범 사례를 소개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였다고 평가한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선정위원을 두고 엄격한 기준을 통해 선발한 착한병원 시리즈가 인상적이었다”며 “치료 기술이 좋은 의사가 좋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와 소통하는 의사가 유능하다는 사실을 각인시킨 점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의료계에서는 착한병원 시리즈가 의료기관과 의사에게 각성을 촉구하면서도 의료계에 대한 환자들의 거부감을 줄였다고 입을 모았다.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우리 병원도 이렇게 하면 착한병원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동기 부여가 이뤄져 좋았다. 우리 사회에 착한병원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린 점도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30분 진료 등을 통해 환자에게 다가서는 사례들이 인상적이었다. 기계적인 진료보다 병원이 지향할 점이 무엇인지 알려줘 큰 자극이 됐다.” 이계융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의 평가다.
착한병원 선정위원들은 착한병원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동민 위원(전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한 병원의 착한 서비스가 다른 병원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그 병원의 적정수가를 보전해주는 등의 인센티브제도 도입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경영학석사(MBA) 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배지수 선정위원은 “착한병원 시리즈에서는 수가가 원가보다 적은 상황에서 공공병원이 적자를 내며 운영하는 사례들을 많이 본 것 같다”며 “공공병원이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며 민간병원과 경쟁을 하는 상황은 자칫 의료시장 구조의 왜곡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원본출처
http://news.donga.com/3/all/20150309/70015048/1]